대단한 패션피플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늘 옷 때문에 고민하고 많은 돈을 쓴다. 불편한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 수십만원 더 비싼 옷을 구매하는 것보다 살 빼고 체형을 다듬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옷은 유니클로로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취향이 없는 이상 그 이상의 돈을 지불하며 얻어지는 품질, 디자인적 만족감이 클 수 없다. 겨울 외투는 예외다. 유니클로가 유독 신경을 덜 쓰는 카테고리라 다른 브랜드를 찾게 된다. 패션 유튜버들이 제품을 비교하는 콘텐츠에서 유니클로는 빠지지 않는다. 늘 적당한 가격과 그 이상의 퀄리티로 어떤 기준점의 역할을 한다. 유니클로 이상의 돈을 지불하면 무언가 얻어지긴 하겠지만, 높은 확률로 우리가 체감할 만한 향상은 아니다.
유니클로는 스파브랜드지만 패스트패션은 아니다. 입고 만족스러웠던 옷이 해지면 똑같은 옷을 다시 구매할 수 있다. 해가 지나며 디자인이 약간 변하긴 하지만 그 역할을 하는 옷 자체는 같은 이름으로 계속 남아있다. 크루넥 티셔츠가 해지면 크루넥 티셔츠를 다시 시키면 되고, 옥스퍼드 셔츠의 색이 바래면 같은 옥스퍼드 셔츠를 다시 시키면 된다.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모방해 저렴한 가격에 저품질로 대량 생산하여 한 순간 공급하고 말아버리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르다.
유니클로는 패션 유튜버들조차 기준점으로 삼을 만큼 평균적인 체형에 가장 잘 맞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니 이 옷이 내 몸에 잘 안 맞는다고 느껴진다면, 슬프지만 그건 우리의 몸이 문제다. 나 역시 그랬다. 172cm의 작은 키에 몸무게가 75kg이 넘어가던 시절이 있다. 슬랙스 하나를 사보겠다고 이 옷 저 옷을 구매했지만 딱 맞는 옷을 찾을 수가 없었다. 허리가 맞으면 다른 부분이 벙벙하고, 다른 부분이 맞으면 허리를 수선해야 했다. 수선해서 맞추면 입을 만은 한데 핏이 애매해졌다.
러닝을 시작하고 지금의 몸무게는 172cm에 65kg이다. 유니클로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옷이 수선 없이 바로 맞는다. 키 대비 더 짧은 다리 탓에 가끔 밑단을 수선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유니클로 옷을 반복해서 사다 보니 데이터가 쌓여서 판단하기 쉬워졌다.
지금 내 옷장의 옷 중 절반 정도는 유니클로 제품이다. 다른 브랜드의 제품은 대부분 운동복이다. 유니클로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돈이 많으면 파타고니아, 폴로, 포터리 등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으로 옷장을 가득 채우고 싶다. 그러나 적어도 태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는 그게 브랜드의 탓이 아님은 알고 있다. 문제는 유니클로가 아니라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