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인생 최초 카메라를 구입했다. 당근행이 될까 걱정됐지만, 생각보다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일이 즐거워졌다.
모든 과정이 디지털이지만, 꽤나 아날로그스럽다. 시기로 치면 2009년 정도 느낌.
- 셔터를 누를 때 — 초점 잡히는 띠릭 소리를 들으면 찍는다는 느낌이 든다
- SD카드를 꽂을 때 —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 보정할 때 — 서툴지만 사진에 내 의도를 담는다
- 앨범을 만들 때 — 추억이 정돈된 기분이 든다
이 흐름 전체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이런 의식적인 행위가 주는 만족감이 크다.
어렸을 때는 집집마다 앨범이 있었다. 인화된 사진을 앨범 속 비닐에 넣어서 보관했다. 가끔 꺼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폰카가 생겼다. 폰카로 사진을 찍어서 컴퓨터에 옮기고, 싸이월드에 올렸다. 싸이월드가 새로운 앨범이 되었다. 그 뒤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계보를 이었지만 나는 점점 사진과 멀어졌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상을 공유한다는 게 왠지 어색했다.
요즘에는 언스플래쉬(Unsplash)에 사진을 올리고 있다. 내 사진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다운로드된다는 사실이 꽤 뿌듯하다. 가끔 인스타에도 v1으로 찍은 사진을 올린다. 사진이 나름 취미가 되다보니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다만 인스타는 너무 프라이빗한 느낌이고, Unsplash는 소셜 기능이 아쉽다.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플랫폼을 찾아볼 요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