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하프마라톤 – 걷는게 습관이 될 수는 없어

지난 동마에서 서브4 달성에 또 실패한 게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서하마가 열렸다. 작년에도 출전했지만 그때는 장경인대 부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기록은 1시간 54분 40초, 우리 크루 여성분들보다 느린 기록에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도 조건은 비슷했다. 동마 이후 생긴 무릎 통증이 쉽게 낫지 않아 마일리지가 크게 줄었다. 대회 전까지 4월 마일리지는 50km에 불과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보강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캐틀벨과 덤벨을 구매했고, 애플 피트니스 플러스도 구독하면서 꾸준히 훈련했다.

지난해 MBN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 35분을 기록한 덕분에 A조 배정을 받았다. 무릎 통증은 신기하게도 대회 당일이 되니 많이 가라앉았다. 아침에 지연님과 대회장에서 워밍업을 했는데, 훈련을 제대로 못 한 것치고는 몸이 꽤 가볍게 느껴졌다.

출발 후 3km까지는 4분 40~50초대 페이스를 유지했다. 최근엔 이렇게 빨리 달려본 적이 없었는데도 몸이 탄력 있게 반응했다. 유튜브 독한아재 채널에서 배운 코어를 활용해 몸의 중심을 회전하며 잡는 방법이 잘 적용되는 느낌이었다. 하체 부담이 줄고 자세도 훨씬 리드미컬해졌다. 실제로 찍힌 사진을 보니 그동안의 레이스 사진보다 폼이 눈에 띄게 좋아 보였다.

3~5km, 충정로역에서 공덕역까지 내리막 구간에서는 계산대로 마음껏 달렸다. 4분 30초 전후 페이스. 억지로 쥐어짠 게 아니라 리듬에 맡긴 것이라 기분이 좋았다.

이후 16km까지는 페이스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달렸는데, 자연스럽게 4분 50초 전후를 유지했다.

문제는 16km를 넘기면서부터였다. 마포구청역 언덕을 지나고, 모두가 서하마 최대 고비로 꼽는 상암월드컵경기장 이후 반환점까지의 2km 구간이 특히 힘들었다. 작년에도 이 구간에서 멈추고 걷뛰를 반복했다.

마라톤에서 이 순간은 늘 신기하다. 겨우 4km 남짓 남았는데 걷고 싶다. 그것도 그냥 힘들어서가 아니라, 걸어도 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가며 자신을 설득한다. 가장 위험한 생각은 “조금만 걷고 다시 뛰면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그건 가능하지 않다.

이번에 걷는다면 정말 후반부에 무너지는 러너, 후반에 걷는 러너로 굳어질 것 같았다. 동마 때 걸었던 게 내내 후회됐기 때문에, 걷는 것이 습관이나 루틴으로 자리 잡는 건 싫었다. 한 가닥 남은 의지로 계속 달렸고, 반환점을 돌자 신기하게도 힘이 돌아왔다.

최종 기록은 1시간 42분 51초. PB는 아니었지만, 걷지 않고 달린 기록이라는 것이 무척 만족스럽다.

앞으로 어떤 대회를 나가더라도, 걷지는 않는 러너가 될 것이다.

<2026 서하마 기록데이터>

공식 기록

1:42:51

거리

21.16 km

평균 페이스

4:52 /km

평균 심박수

166 bpm

최대 186 bpm

케이던스

194 spm

최대 205 spm

소비 칼로리

1,332

수분 손실 1,702 ml


랩 페이스 데이터: 1~3km 4:44~4:52 안정, 4~5km 4:27~4:30 내리막, 6~16km 4:35~4:59 유지, 17~21km 5:05~5:22 고갈 구간
빠름 (~4:59) 유지 (5:00~5:09) 고갈 (5:10~)

전반 1~7km
4:44
중반 8~14km
4:43
후반 15~21km
5:11

전반 대비 후반 낙폭 +27초/km


글리코겐 고갈
17km 이후 페이스가 5:05→5:13→5:22로 계단식 하락. 레이스 강도(4:52/km)에서는 글리코겐 위주로 연소되며, 17km 젤 섭취는 흡수 지연(15~20분)으로 실질 효과가 없었음. 허기를 느낀 후 보충하면 이미 늦다.
열 스트레스
평균 20°C, 최고 26°C는 마라톤 최적 온도(8~12°C)보다 8~14°C 높음. 고온에서는 근육 혈류와 체온 조절을 동시에 유지해야 해 심박 부하 증가. 평균 166bpm은 최대심박의 약 89% 수준. 수분 손실 1,702ml는 혈장 감소 → 심박 상승으로 이어짐.
러닝 역학
케이던스 194spm, 보폭 1.06m, 지면 접촉 225ms — 모두 효율적 범위. 수직 비율 7.2%, 수직 진폭 7.6cm도 에너지 낭비 없는 폼을 의미. 무릎·고관절 부상 없이 완주한 것과 일치하는 데이터.
이론적 잠재 기록
오늘 하프 페이스(4:52) 기준 Riegel 공식 풀코스 예측은 약 3:37~3:42. 실제 서브4 미달성과의 격차는 지방 연소 전환 능력 부족이 30km 이후 페이스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 느린 롱런으로 지방 연소 엔진을 키우면 불균형이 해소된다.

페이스 바 시간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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