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유튜브에서 유홍준 선생님이 설명해주신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말을 좋아한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이 정말 세련되게 느껴진다. 나의 미니멀리즘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 더욱 좋다.
타이베이 여행 이틀차에 고궁박물관을 방문했다. 장제스가 대만으로 피난하며 중국 대륙에서 엄청난 양의 유물을 가져왔고,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대륙의 유물이 파괴되자 이곳의 유물들이 더 큰 가치를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다. 세계 4대 박물관이라는 말에 기대도 컸다. 도슨트 투어를 신청했다.
두 시간 남짓 관람 후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중국인들의 어떤 세속적인 모습이었다. 식재료를 본떠 만든 유물이 가장 상징적이라는 점부터 낯설었다. 배추를 옥으로 재현한 취옥백채, 간장에 절인 돼지고기를 돌로 재현한 육형석. 우리 교과서에서는 본 적 없는 유형의 유물들이다.



옥 벽사도 기억에 남는다. 옥황상제가 총애하던 동물이었는데, 그 총애가 지나쳤던 탓인지 교만해져서 아무 데나 배설을 하고 다니다 옥황상제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후로 항문이 없어졌다고 한다. 무엇이든 삼키고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니, 재물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 않는 셈이다. 중국인들이 이걸 가만 놔뒀을 리 없다. 벌로 생긴 결함이 최고의 재물복으로 둔갑했고, 지금도 많은 가정에서 장식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사람들은 재물을 좇는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같다. 욕망을 감추거나 승화시키려 하지 않고, 솔직히 드러내고 당당히 추구한다.
우리 조상들도 조선 이전에는 훨씬 화려하고 세속적이었다고 한다. 조선의 성리학이 그런 모습들을 많이 덮어버린 것 같다. 검이불루 화이불치도 그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절제를 미덕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세련되지 못한 것으로 보는 시각.
나 역시 미니멀리즘을 좇고 있지만, 솔직히 탐욕이 없지는 않다. 좋은 걸 가지고 싶고, 좋은 곳에 살고 싶다. 다만, 물질에 너무 종속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박물관을 돌다 보니 이런 나의 자기 포장이 위선은 아닌지 잠시 고민되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검이불루 화이불치’가 좋다. 중국인들의 그 솔직함이 어떤 면에서는 더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욕망을 다듬고 경계하는 것, 그게 나한테는 여전히 한 차원 높은 감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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