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에 매일 마주치는 명동 야시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곳에 한국인은 없다. 가격을 보면 혀를 차게 된다. 파는 것들도 우리 생활과는 굉장히 동떨어져 있다. 서울과 한국을 느끼기에 적절한 공간은 아니다.
오래 전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 그곳의 호커센터, 코피티암, 역 근처 푸드코트를 무척 좋아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평일에는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모두들 푸드코트를 이용했다. 나도 매일 국수와 카야토스트, 마일로를 사먹었다. 천장에 선풍기가 돌아가는 테이블 아래 앉아있으면 온 동네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싱가포르의 푸드코트는 생활공간이었다.
타이베이도 야시장이 유명하다. 다양한 먹거리, 저렴한 가격, 활기찬 거리. 기대하게 만드는 조건은 충분했다. 스린 야시장이 유명하다고 했지만 가지 않았다. 시먼딩에서 이미 명동과 같은 느낌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대신 닝샤 야시장과 현지인들이 찾는다는 랴오허제 야시장을 방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기억을 갖지 못했다. 무엇보다 먹을 공간이 없었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뭘 살지 고르기도 어렵고, 어렵게 사더라도 제대로 앉아 먹을 자리가 없다. 대만소시지도, 꼬치구이도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았다.
타이베이 야시장은 애초에 싱가포르 호커센터처럼 끼니를 해결하는 공간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돌아다니다 이것저것 집어먹는, 일종의 사교 공간에 가까웠다. 그러니 내 실망은 어느 정도 내 기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타이베이 야시장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거리의 공간이라면, 싱가포르 호커센터는 국가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생활 인프라다. 싱가포르 정부는 노점상들을 거리에서 걷어내 지붕 아래 모아두고, 위생 기준과 임대료 체계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편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자유로워서 좋은 게 아니라 잘 만들어져서 좋은 공간. 나는 후자가 맞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