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BN 서울마라톤 하프 PB – ‘나와요 나와!’

18km 구간, 잠실대교 끝 지점.
잠실대교에 오른 뒤로 페이스가 점점 밀리고 있었다. 1km당 4분 30초 안쪽을 유지하던 페이스는 이미 4분 40초를 넘어버렸다. 애초에 1시간 40분 이내로만 완주하자는 막연한 목표를 가지고 참여해서인지, 더 큰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마지막 급수대가 나타났다.

물을 집어 들고, 다시 코스로 복귀하려는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한마디.

“나와요 나와!”

순간 열이 확 올랐다. 급수대로 이동하기 직전 나의 페이스는 4분 40초 내외, 물을 집어 들고 살짝 느려졌을 수는 있겠지만, 이 넓은 대로에서 ‘나와요’라는 말을 들어야 할 속도였을까?

바로 뒤를 쳐다봤다. 이 정도 그룹에서 뛰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차림새를 한 사람. 화려한 싱글렛에 고글을 장착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본능적으로 속도를 올렸다. 다시 4분 20초대까지 오른 페이스. 나에게 나오라고 했던 그분을 가볍게 따라잡고 페이스를 유지했다. 다시 따라잡히면 창피하니까.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PB를 달성했다.

공식 기록은 1시간 35분 37초.

아마도 그분이 없었더라면 4분 40초대 페이스를 유지하며 1시간 38~39분대의 기존 기록과 비슷하게 도착했을 게 분명하다. 그분 덕분에 페이스가 떨어지던 극 후반에 다시 한 번 가속할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달리기는 정말 정신력의 스포츠다.

이로써 나의 2025년 모든 달리기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대회에서 PB를 세워서 무척 만족스럽다. 2026년 동마를 준비할 동력이 생긴 기분이다. 끝이 아닌 새 시즌의 시작처럼 준비하겠어!
(무슨 운동선수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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