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화성 개척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의문이 든다. 그 막대한 노력과 자원을 지구 환경 회복에 쏟는다면, 훨씬 쉽고 즉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화성 테라포밍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첫째, 인간은 본능적인 정복자다. 개척과 확장은 강력한 도파민을 준다. 반면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기존의 방식을 바꾸는 일은 지루하고 피로하다. 정복자 성향의 인간에게 “효율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다.
둘째, 지구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다. 탄소 배출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 기득권 산업의 저항, 정치적 선동까지. 환경 보호라는 명제 아래 인류를 하나로 묶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화성에는 오직 공학적 문제만 있다. 머스크 같은 결단력 있는 개인이 밀어붙일 수 있는, 훨씬 ‘깔끔한’ 영역이다.
셋째, 화성은 심리적 도피처다. 인간은 지금 누리는 편안함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화성 테라포밍이라는 선택지가 구체화될수록, 사람들은 파괴적인 소비를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를 얻는다.
결국 화성을 향한 열망은 인간의 이기심과 닮아 있다. 가진 것을 내려놓기보다 새로운 것을 취하고 개척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기술 낙관주의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지구를 회복하는 고통스러운 길 대신, 화성이라는 탈출구가 점점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문제는 탈출구가 생긴다고 해서, 우리가 지구에 남겨두는 문제들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