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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들 gen11 – 불편해서 독서량이 늘었다

6인치 전자책 리더기를 갖고 싶던 참에 이양에게 킨들을 생일선물로 받았다.

킨들의 가장 큰 장벽은 아마존 전용기라는 점이다. 게다가 아마존은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구글 플레이에서 책을 사고, 몇 단계를 거쳐야 겨우 기기에 책을 넣어 읽을 수 있다.

번거로운 과정이다. 그런데 이 번거로움 덕분에 의식적인 독서가 가능해졌다.

2주에 한 번쯤 책을 몇 권 골라 킨들에 넣는다. 마음에 드는 책을 의식적으로 고르고, 10분 남짓한 과정을 거쳐 전송한다. mp3 파일을 기기에 옮겨 노래를 듣던 시절의 감각과 비슷하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집중은 어려워진다. 밀리 같은 구독 서비스가 편리한 걸 알면서도 손이 가지 않는 이유다. 지금은 킨들에 담긴, 내가 고른 책들을 별 고민 없이 읽는다. 선택이 제한적이니 무엇을 읽을지 망설이며 시간을 흘려보낼 일이 없다. 물론 다시 책을 잔뜩 내려받아 채워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시간과 절차가 든다. 잠깐 책을 펼치는 일상의 순간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

기기 자체도 놀랍다. 오닉스 디바이스를 쓰며 가장 불편했던 건 설정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중국 기기라 플레이스토어를 따로 깔아야 하는 수고는 차치하더라도, 기기 안에도 설정이 산더미다. 안드로이드용 서점 앱들은 하나같이 무겁다. 전자책에 친화적이지 않다.

킨들은 다르다. 자체 리눅스 기반 OS라는데, 초기 아이폰을 쓰는 기분이다. 메뉴 하나, 화면 구성 하나가 전자책 기기에 꼭 맞게 다듬어져 있다. 배터리도 감동적이다. 페이퍼화이트도 아닌 기본모델인데, 생각날 때 한 번씩 충전하면 그만이다. 2주는 거뜬하다.

킨들은 광고 버전과 광고 없는 버전을 나눠 판다. 광고가 잠금화면에 뜨는 방식이다. 그런데 의외로 광고 버전이 꽤 괜찮다. 광고가 모두 책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딱히 광고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꽤 근사한 편이다. 잠금화면을 따로 설정하기도 귀찮고, 읽던 책 표지가 그대로 뜨는 것도 어쩐지 멋쩍을 때가 있었는데, 오히려 좋은 대안으로 느껴진다.

언젠가 다시 편리함이 그리워져 국산 리더기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킨들이 무척 만족스럽다. 누구에게 권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만한 물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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