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음식하긴 너무 어려워
배달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작은 원룸 주방에서 음식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래서 배달음식의 유혹을 참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막상 배달음식을 시키고 나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한가득 쌓인다.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지만, 그 쓰레기를 치우는 것 자체도 엄청 귀찮다. 특히 기름낀 음식을 시켰을 때는 빨갛게 물든 플라스틱 용기를 세제로 닦아서 분리수거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더해진다. (나는 그렇게 버리는데, 가끔 분리수거장에 음식 그대로 묻힌채로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 보면 깊은 화가 올라온다…)
유난스러워 보일까봐 조금 신경쓰이지만
오늘은 본가에 다녀온 리지가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엽떡을 배달시킬 생각은 당연히 없었고, 되는대로 근처 분식집에서 포장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핸드폰만 들고 집을 나서려던 찰나, 며칠 전 씻어둔 락앤락 용기가 생각났다. 3년째 사용중인 무인양품 마이백에 락앤락 밀폐용기를 넣고 가뿐하게 집을 나섰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분식집 몇 곳이 문을 닫아서, 10분 정도 걸어 대로변에 있는 김가네까지 갔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직원분에게 락앤락 용기를 건네며, “여기에 담아주세요.”라고 말했다.
딸이 카운터를 보고, 어머니와 직원 한 분이 요리를 분담하는 분식집이었는데, 나의 요청을 받은 따님이 이상한 손님을 본 것처럼, “엄마, 여기 담아달래.”라고 말해서 약간 겸연쩍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 유난스러워 보였을려나?’
그렇지만 포장을 해주신 어머님은 “통도 가져오고 부지런하네~” 라며 칭찬을 해주셨다.
버릴게 없으니 너무 편해
일회용기에 담긴 반찬 포장도 거절하고, 가볍게 가게를 나와 집에 도착했다. 때마침 우리 집에 도착한 리지와 갓 포장해온 라볶이를 먹었다. 어디 따로 담을 필요도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서 편리했다.
다 먹고 나온 설거지는 락앤락 용기, 앞접시로 쓴 그릇 두 개, 수저, 그리고 물컵 두 잔이 전부였다.
이걸 배달이나 포장 주문했으면 빨갛게 물든 기름때 낀 플라스틱 용기를 닦아서 버리기까지 꽤나 고생했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 뿌듯했다.
앞으로도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락앤락 하나 딱 들고, 가게에 다녀와야지.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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