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후쿠오카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옆자리에 내 또래의 여성이 앉았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그녀는 가방에서 아이패드를 꺼냈다.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아이패드를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홈 버튼이 있는 오래된 모델이었다. 내가 예전에 사용했던 아이패드 프로 1세대, 10.5인치 모델이었다. 2017년에 발매된 이 제품은 벌써 7년이 지난 것이다. 그녀는 3.5mm 이어폰 단자에 이어팟을 연결해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힙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핸드폰이 궁금해져서 좀 더 노골적으로 곁눈질 해보니, 아이폰… XR!이었다. 내 전전 여자친구가 사용하던 제품이니 이것도 벌써 6년이 지난 제품이다.
문득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아이폰 13 프로를 손에 쥔 채, 15 프로 충동구매 욕구를 참기 위해 1시간 동안 사투를 벌인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너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야”
애플의 치사한 차별화에 당하지 않는 방법
내가 아이폰으로 하는 일들을 생각해보자. 카메라, 카톡, 사파리, 메모, 전화, 문자 정도? 폰 게임은 전혀 하지 않는다. 가장 고사양이 필요한 일은 아마 사진 찍기일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의 성능은 워낙 좋아서, 3~4년이 지나도 성능 때문에 신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때문에 제조사들은 성능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차별화를 시도한다. 애플은 그런 부분에서도 선두주자인데, 디스플레이 주사율, 광각 렌즈 유무, 충전 포트 차별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이폰 15에 와서야 USB-C 포트를 적용한 부분은 정말 치사하다.
치사한 차별화에 당하지 않는 방법은 그 차별화 전략 자체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USB-C 포트가 달린 아이폰을 구매하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내 주변 환경은 이미 라이트닝 충전 환경에 완벽히 대응하고 있다. 회사와 집에는 맥세이프 무선 충전기가 있고, 여행 갈 때는 라이트닝 케이블 하나만 추가로 챙기면 된다. 1년에 세네 번 라이트닝 케이블 챙기기가 귀찮아서 150만 원을 쓸 수는 없다.
합리적인 사고만으로 감성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제품의 출시 당시 리뷰와 광고 영상을 찾아본다. 나의 아이폰 13 프로는 엄청난 극찬 속에서 출시됐다. 아이폰에 처음으로 적용된 고주사율 디스플레이와 뛰어난 품질의 카메라! 디자인도 무척 예쁘다. 이런 제품을 당근마켓에서 65만 원에 구매했으니, 최고 아닌가?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요도바시 카메라 앞에서 면세를 이유로 너무나도 쉽게 지갑을 열 뻔했다. 잘 참았다. 이제 곧 아이폰 16 프로가 나오니, 그때는 중고 아이폰 15 프로를 한 번 구매해 봐야겠다. 그렇다. 이 글은 내 구매 욕구를 다스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시간은 우리 편이다. 조금만 참으면 같은 제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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