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청기록 사용을 중단했다 – 유튜브 중독 벗어나기

작년에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이 꽤 유행이었고, 나도 리디에서 책을 구입했었다. 하지만 집중력이 부족해서인지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첫 챕터 정도만 봤던 흔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테크 기업들의 의도적인 온라인 중독 설계를 비판하는 책들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었다.

휴가 동안 무슨 책을 읽을까 책장을 뒤적이다 이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좋은 책이었다. 특히 책 초반 챕터에서 설명하는 이야기들이 매력적이었는데, 우리의 집중력이 정말로 줄어들고 있는 것인지, 또 그것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건지, 만약 집중력을 회복하게 된다면 어떤 삶을 다시 살 수 있게 될지에 대해 작가의 개인적 디톡스 경험을 곁들여 흥미롭게 이야기해준다.

그런 이야기들에 자극을 받아서 첫 번째로 한 일이 유튜브 시청 기록을 중단한 것이다. 유튜브 시청 기록을 중단하자 아래와 같이 구글 검색창과 같은 화면만 나타난다.

처음에는 이런 화면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무엇을 검색해서 봐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 들지 않았다. 워낙 스크롤해서 추천 영상을 보는데 익숙해진 탓이다.

조금 익숙해지다 보니 이렇게 사용하는 유튜브 앱의 장점이 보였다.

1. 바로 검색하게 된다책상 위 조명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작은 걸로 교체해볼까 하는 생각에 유튜브를 켰다. 망설이지 않고 바로 “책상 조명”을 검색했고, 몇 개의 영상을 본 뒤에는 앱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평소라면 앱을 켜자마자 내가 앱을 켠 목적을 까먹었을 수도 있고, 조명을 검색하고 나서도 다시 홈 화면으로 돌아와서 의미 없이 영상을 계속 봤을 수도 있다.
2. 그렇게 재미없지도 않다맞춤형 영상이 추천되지 않으면 내 삶의 재미가 너무 줄어들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냥 인기 급상승 동영상도 보고, 구독해둔 채널의 영상도 보면 그렇게 심심하지 않다. 오히려 편향된 내 취향에 갇히지 않고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영상도 볼 수 있어서 좋은 면도 있다.내가 원하는 영상을 검색하면, 그 뒤 추천 영상이 달라붙는 알고리즘은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것도 없다. 여전히 유튜브에서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전에는 뭘 봐야 할지 목적도 없이 스크롤을 내리고 업데이트를 했다면 이제는 최소한 목적을 가지고 영상을 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구글이 정말 악랄한 게, 시청 기록 끄기는 구석에 숨겨뒀으면서 시청 기록 사용하기는 반복해서 띄운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제 난 넘어가지 않을 거야.

유튜브 도파민에서 벗어나겠다고 완전히 앱을 삭제했다가 설치했다가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청 기록부터 꺼보기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