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없이 매트만 깔려있는 방. 요가매트와 공기청정기가 보인다. 가장 앞에는 무인양품 서큘레이터가 돌아가고 있다.

원룸 넓게 쓰기, 침대 없이 살아보기

매트리스를 버렸다.

5.6평 원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퀸 사이즈 매트리스를 버렸다. 오랫동안 고민해온 일이지만 침대 없는 수면에 대한 걱정과 멀쩡한 침대를 버린다는 죄책감 때문에 실행을 망설여왔다. 그러다 오늘, ‘일단 저지르자’라는 생각에 침대를 치워버렸다. 당근마켓에 팔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서 8천 원의 대형 폐기물 처리 비용을 지불하고 집 앞에 침대를 내놓았다. 이렇게 나도 극단적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걸까?

침대가 세로로 서있다.

너무 편해서 문제

생각해보면 넓은 침대는 안락했지만, 기분을 다운시킬 때도 많았다. 매트리스가 항상 펼쳐져 있으니 집에 돌아오면 바로 누워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넓고 편안한 침대에 누워 쇼츠를 보기 시작하면 시간이 무의미하게 빠르게 흘러버렸다.

피곤에 지쳐 퇴근한 어떤 날에는 씻지도 않고 매트리스에 누워 잠이 들었다. 불도 끄지 못한 채 어지러운 방에서 쪽잠에 빠졌다. 그렇게 잠에 들면 꼭 새벽 2시쯤 눈이 떠졌다. 어떤 날은 그제야 씻고 대충 방을 정리하고 다시 잠에 들지만, 대부분은 그냥 불만 끄고 그대로 다시 잠에 들었다. 다음 날에는 개운하지 않은 기분으로 출근을 준비했다.

침대가 비워진 아무것도 없는 방

침대가 없는 공간

커다란 침대가 사라지니 기대했던 것보다도 큰 공간이 생겼다. 그동안 청소하지 못했던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새로운 집에 이사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잠을 어떻게 잘까 고민하다가 요가 매트를 깔아봤다. 그럭저럭 좋긴 했지만 너비가 너무 좁았다. 다시 고민하다가 보일러실에 넣어둔 전기장판을 꺼냈다. 작년 겨울에 꽤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카본 매트였다. 매트 감촉이 좋아서 그럭저럭 깔고 잘만할 것 같았다.

사람이 간사해서 공간이 비자마자 이 공간을 무엇으로 다시 채울지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접이식 토퍼나 소파베드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렇게 텅 빈 상태도 너무 좋아서 무언가를 구입하는 것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이렇게 지내다 몸에 무리가 온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이불이든 매트든 구매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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