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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자율성과 실용주의의 교훈 – 《일본이 온다》 리뷰

  • 독서

《일본이 온다》를 통해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시작과 현재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북방정책의 진정한 의의도 알게 되었다. 사실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을 선택해야만 한다는 듯한 유튜브 영상을 여러 편 봤었지만, 뭔가 아닌거 같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반박하기는 어려웠다. 이 책은 그러한 주장에 대한 상당한 답변을 제공해주었다.

특히 시진핑의 3연임 결정 이후 중국을 방문한 독일의 사례가 매우 흥미로웠다. 울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회의에서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이 결정되자마자 기업인들을 대규모로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3년 4월, 중국을 방문했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떠올랐다. 당시 나는 마크롱이 정말 관종이라고 생각했다. ‘프랑스가 무슨 중재를 할 수 있을까’라고 안일하게 여겼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한 것이었다. 프랑스 국익에 따라 전략적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이와 비교해 윤석열 정부를 생각하면 답답함이 느껴진다. 스스로 자율성을 포기하는 모습들과, 윤석열 정부는 싫어하면서도 그것은 옳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도 성향의 많은 사람들도 북한과 중국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그런 선택을 은연중에 지지하는 듯하다.

이 책은 이러한 혐오감도 매우 경계한다. 일본의 극우 지식인들과 미디어가 혐중, 혐한 감정을 조장한 결과, 일본인들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정치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실용주의 정치경제”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리디 셀렉트에서 읽기 쉬우면서도 내용이 충실한 정치경제 분야 서적을 만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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