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드리고에서 세탁물을 분실했다
내가 가진 겨울 외투는 총 여섯 벌이다. 롱패딩, 숏패딩, 경량패딩, 양털 후리스, 벨벳 리버서블 자켓, 검정 코트까지. 미니멀하다고는 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게다가 지난겨울 새로 산 숏패딩 때문에 양털 후리스와 벨벳 리버서블 자켓의 착용 횟수는 크게 줄어 처분이 필요했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해져 중고로 물건을 내놓기에는 시기가 맞지 않아, 내년을 기약하며 외투 두 벌을 런드리고에 맡겼다. 급한 세탁이 아니었기에 ‘여러밤’ 배송을 선택했는데, 약속된 날짜에 배송이 오지 않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이거 혹시 분실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런드리고에 1:1 문의를 남겼다. 답변은 예상대로 분실이었다. 검수 과정에서 세탁물이 누락되었고, 다행히 아끼던 숏패딩은 찾았지만 나머지 한 벌은 최종 분실되었다.
런드리고의 손해배상 규정
런드리고는 자체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을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해당 의류의 구매 영수증을 보내주면 내구연한에 따라 일부 금액을 감액하여 배상한다고 했다. 다만, 내가 구매 가격을 증빙하지 못하면 세탁 가격의 20배를 기준으로 런드리고 자체 내구연한 판단에 따라 일부 감액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약관을 통해 확인했다.
내 경우 구매한 지 2~3년이 지난 외투라 영수증을 찾기 어려웠고, 고가의 외투도 아니어서 세탁 가격 기준으로 배상 금액을 문의했다. 런드리고에서는 며칠동안 답변을 남기지 않더니, 쿨하게 세탁비의 20배를 전액 보상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감가는 없었다.
최종 보상 금액은 세탁비 17,800원의 20배인 356,000원으로 책정되었다.
세탁물 분실이 조금은 기쁜 이유
생각해보면 분실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부터 최종 보상에 이르기까지 나는 전혀 급하지 않았다. 문의를 남기고 며칠씩 지나도 런드리고에 먼저 전화하지 않았다. 최초 상담사가 보상 금액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했을 때도 천천히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달라는 여유를 보였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겨울 외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멀쩡한 옷을 의류 수거함에 넣을 수도 없었다. 의류 수거함에 넣어봤자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다큐멘터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런드리고가 세탁물을 분실해주었다니, 나의 죄책감을 대신 가져가 준 런드리고가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보상 금액까지 후하게 책정해주다니, 앞으로 세탁은 무조건 런드리고다!
이제 나의 겨울 외투는 총 다섯 벌이 되었다. 여기서 한 벌 정도는 더 줄이고 싶다. 아마 기능성이 가장 떨어지는 양털 후리스, 아니면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 롱패딩이 다음번 처분 대상이 될 것 같다. 런드리고에서 한 번 더 분실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건 너무 나쁜 마음이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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