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팔마가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건 인스타에서 아래 사진을 보고 나서다.
원래도 내가 좋아하던 미니멀리스트가 이렇게 감성샷을 찍어 올리니 구매욕이 끓어올랐다.
갑자기 내 손에 들린 리디페이퍼4가 너무 크고 느리게 느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유튜브에서 팔마 리뷰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곧이어 내 알고리즘이 팔마로 가득 차 버렸다.
2.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고, 리지가 팔마를 선물했다.
갖고 싶었던 물건을 선물 받아 기쁘면서도 이미 리페사가 있는데, 이북 리더기가 추가되는 것에 대한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죄책감이 느껴졌다.
진심으로 반품을 고민했지만, 그래도 한번 써보고 팔마와 리페사 중 하나는 처분하면 된다는 생각에 결국 박스를 개봉했다.
3. 초기 세팅을 마치고 처음 누워서 책을 보는 순간, 실망감이 몰려왔다.
글자 가독성이 리디페이퍼4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분명히 리디페이퍼 보다 좋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괜히 개봉한 건데…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물론 이 부분은 나중에 네이버 이북카페의 도움을 받아, 설정을 변경해 상당 부분 개선하긴 했지만 끝까지 리페사만큼의 선명한 가독성을 느낄 수는 없었다.
4. 가장 큰 문제는 좁은 가로 너비 때문에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너무 빠르게 옮기면서 글을 읽다 보니, 내용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방금 읽었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 페이지를 다시 뒤로 넘기는 경우가 잦았다.
나중에는 가로보기를 통해 기기를 가로로 들고 책을 읽기까지 했지만, 이렇게 볼 거면 굳이 스마트폰 비율의 팔마 쓸 이유가 없었다.
5. 전용기가 아니면 불편해
게다가 리디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나에게는 리디 전용기가 아닌 디바이스가 무척 불편하게 느껴졌다. 마치 아이폰을 쓰다가 안드로이드로 옮겨간 기분이었다.
기기 자체는 팔마가 빠르고 좋은데, 앱을 일반 스마트폰용 앱을 써야 하다 보니 빠른 하드웨어의 장점이 상당 부분 상쇄되었다.
리페사로 볼 때는 비율도 딱딱 맞고, 스마트폰 앱보다는 텍스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속도가 느리다는 느낌을 덜 받았지만 팔마로 리디앱을 이용할 때는 비율도 살짝 맞지 않고, 이미지 위주로 구성된 페이지들을 저사양 스마트폰으로 답답하게 서칭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가벼운 무게와 손에 쥐기 좋은 비율이 마음에 들어서 어떻게든 적응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 선물한 리지에게 양해를 구하고 팔마를 당근으로 양도했다. (선물로 받은 물건은 쉽게 처분하기 어렵다)
이렇게 또 한동안은 다시 리페사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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