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비가 내리지 않았다. 시계는 7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장마철에는 잠시라도 해가 떴을 때 망설이지 말고 뛰어야 한다. 나는 양치만 하고 대충 선크림을 바른 뒤 집을 나섰다. 이번 주 처음 달리는 거니 제대로 뛰겠다는 결심과 함께 타쿠미센을 꺼내 신었다.
오늘의 루트는 청계천부터 한강 옥수역까지 약 10km. 을지로3가역 근처 청계천에서 출발하여 중랑천을 거쳐 한강에 진입, 동호대교까지 달리는 코스다. 거리는 10km를 조금 넘는다. 돌아올 때는 옥수역에서 3호선을 타고 을지로3가역으로 돌아오는 계획이다. 같은 루트를 반복하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루트 중 하나다.
청계천은 사실 달리기에 좋은 길은 아니다.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너무 많고 길의 폭도 매우 좁다. 하지만 을지로에서 출발하여 3~4km를 달려 성동구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자전거길과 보행로가 구분되기 시작하고 관광객도 확연히 줄어든다. 드디어 뛸 만한 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7km 정도 달리다 보면 중랑천이 등장한다. 실개천 같았던 청계천이 끝나고 진짜 천다운 천이 나온다. 한양대를 지나면 서울숲으로 가는 분기점에 커다란 편의점이 보인다. 많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여기서 쉬면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여기서 멈추면 집에 돌아가기가 너무 어려워진다. 뛰어서 2km는 10분이면 가지만 걸어서 2km는 거의 30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동호대교와 옥수역에서 나오는 지하철이 보이면 시계에서 10km 알람이 울린다. 옥수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옥수나들목을 지나야 하는데, 그 앞에 먼지를 털 수 있도록 에어건이 설치되어 있다. 땀이 난 몸에 에어건을 사용하면 정말 시원하다!
혹시 을지로나 명동에 놀러온 분들이 있다면 이 루트로 한번 뛰어보시길 추천드린다. 토요일 아침의 상쾌한 공기와 함께 달리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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