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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물가가 더 비쌌으면 좋겠다

기후위기에 관심은 있지만,

작년 이맘때 기후위기 관련 책을 연속해서 읽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며 내 행동부터 바꿔야겠다는 의지가 충만했다.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캡슐커피 머신을 처분하고, 텀블러를 항상 들고 다녔으며, 퇴근 후에는 배달음식 대신 간단하게 집에서 요리한 저녁을 먹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부분에서 퇴행을 겪고 있다. 캡슐커피 머신을 다시 들였고, 텀블러를 사무실에 놓고 다니지만 막상 점심시간에 밖으로 가지고 나가기가 번거로워서 들고 나가지 않는 날이 더 많다. 배달음식은 어떻게든 최소화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것은 환경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배달음식이 비싸기 때문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은 가격

그렇다. 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돈’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환경을 위한 결심이었지만, 내가 1년이 지나서도 배달앱을 지우고 살고 있는 이유는 환경 보호보다는 ‘절약’이라는 경제적 이유에 가깝다. 만약 배달음식 가격이 직접 가서 먹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면, 아마 계속해서 배달앱 없이 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가끔 필요할 때는 배달을 이용하지만, 1회 이용 후 바로 삭제한다)

이런 점에서 문득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물가가 좀 더 비싸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점심시간에 텀블러가 있음에도 ‘번거로워서’ 들고 나가지 않는 이유는 텀블러 할인이 고작 3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잔에 포장하는 비용이 +1,000원이었다면, 아마 무조건 텀블러를 들고 나갔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환경을 위한 처리비용이 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다른 물가는 좀 저렴해지면 좋겠다. 집집마다 아침저녁 식사를 만들기 위해 고생하지 않고, 우리도 싱가포르처럼 집 근처 호커센터에서 간단하고 저렴하게 6~7천 원에 아침저녁 식사를 해결하면 얼마나 좋을까?

싱가포르 호커센터에서 먹던 간소한 음식 사진. 밥 위에 계란프라이 닭다리 고기가 올려져 있고, 간장 베이스 소스가 뿌려져 있다. 양배추도 조금 올려져 있다.

싱가포르 호커센터 (2014)

환경과 관련된 외부효과가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어, 내가 친환경적으로 소비하며 살 수 있도록 강제해주는 세상이 오면 좋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아마 반대하겠지?

문득 이번 주 사내 게시판에서 보았던 댓글이 생각난다.

“일회용 컵 사내 반입 금지는 기본권 침해 아닌가요?”
(우리 회사는 사내 일회용 컵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반박하는 댓글을 달려다 말았다. 그랬다가 받게 될 ‘싫어요’ 숫자에 상처받기 싫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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