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 하나만 메고 여행하기를 선호한다. 위탁수하물이 없으니 항공사 카운터에 들르지 않아도 되고, 도착해서도 캐리어가 나올 때까지 대기할 필요도 없다. 이동 시에도 두 손이 자유로워 가뿐하다.
다만,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백팩은 18L짜리인데, 여행지에서 달리기를 즐기는 나의 취향상 러닝화까지 담아내기에는 용량이 현저히 부족했다. 그래서 늘 신발을 담기 위한 손가방을 하나 더 챙겨야 했다. 여전히 위탁수하물은 없었지만, 가뿐함과는 거리가 먼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타이베이 여행을 앞두고 여행용 백팩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늘 그렇듯 파타고니아를 먼저 살폈다. 워낙 좋아하는 브랜드라 되도록이면 파타고니아 제품을 구매하고 싶었는데, 이번엔 썩 마음에 드는 녀석이 없었다. 약간은 등산 장비 같은 기어(Gear) 느낌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파타고니아 제품은 의외로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별 기대 없이 제미나이에게 내 취향을 말하고 추천을 요청했는데, 오스프리 네뷸라라는 제품을 알려줬다. 검색해 보니 국내에는 사용자가 적은지 후기도 별로 없었고, 판매처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딱 내가 원하던 기능과 디자인을 겸비한 모델이라 결국 실물은 보지 못한 채 11마존 직구를 선택했는데, 놀랍게도 만 3일 만에 가방이 도착했다.

32리터가 너무 클까 걱정했는데, 막상 짐을 꾸려보니 러닝화와 옷가지, 노트북을 넣기에 딱 좋은 크기였다. 오히려 그보다 작았으면 불편했을 것 같다. 특히 이 가방은 수납 포켓이 무척 많아서 여권, 충전기, 에어팟, 지갑 등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적절히 분리해 수납하기 좋았다. 맨 앞쪽 포켓은 메시 형태인데, 이건 마라톤 대회 때 유용할 것 같다. 땀에 젖은 옷을 가방 안에 넣지 않고 이곳에 수납하면 위생적일 듯하다.
가장 놀라운 건 착용감이다. 사실 가방 무게만 1kg 정도라 파타고니아 제품보다 200g이나 더 무거워서 걱정이 많았는데, 허리 벨트와 가슴 벨트를 채우자 가방이 몸에 기가 막히게 밀착되면서 등 뒤에 둥둥 떠 있는 듯한 묘한 감각이 전해졌다. 어깨로만 짊어지던 무게가 몸 전체로 분산되는데, 이 브랜드가 왜 등산가방으로 그렇게 유명한지 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 타이베이에서도 이 밀착감 덕분에 피로도가 훨씬 덜했다.
종합해 보면 가방 하나로 여행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추천한다. 가격도 20만 원 미만이라 합리적이고 디자인, 기능 모두 뛰어나다. 최소 5년 이상은 이 가방과 행복한 여행을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