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세 번째 서브 4 달성에 실패했다. 연습량이 적었음에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그 결과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다시는 도전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실망감이 컸던, 4시간 12분 09초라는 기록을 마주하며 나는 왜 실패했는가를 되짚어보았다.
마라톤은 솔직한 운동이다. 지난 3개월간 나의 마일리지는 12월 99km, 1월 134km, 2월 110km로 형편없었다. 작년 춘천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냈을 때 적어도 월 150km 이상은 뛰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수치였다.
더 큰 문제는 보강 운동의 부재였다. 작년부터 여러 병원을 통해 내가 유연성과 근력이 부족한 체질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들었지만, 나는 관성대로만 움직였다. 근력 운동은 낯설고 재미없었기에 멀리했고, 즐겁고 익숙한 달리기만 반복했다. 하지만 유연성이 부족하면 몸 내부의 저항 때문에 에너지가 낭비되고, 하체 근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같은 페이스에서도 근육이 느끼는 피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이번 레이스를 통해 뼈저리게 체감했다.
LSD 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 - 제미나이와의 대화
1. 유연성 훈련이 필요한 이유: 유연성이 부족하면 다리를 뒤로 보낼 때 내 몸의 뻣뻣한 근육이 브레이크를 겁니다. LSD를 아무리 많이 해도 이 '내부 저항'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유연성 훈련은 엔진 출력은 그대로 두고 차체 무게와 마찰을 줄이는 작업입니다.
2. 근력 훈련이 필요한 이유: 하체 근력이 강해지면 똑같은 5:30 페이스로 뛰어도 근육이 사용하는 힘의 비율(%)이 낮아집니다. 예컨대 최대 근력이 100인 사람이 20의 힘으로 뛰는 것과, 근력을 120으로 키워 20의 힘으로 뛰는 것은 지치기까지의 시간이 비약적으로 차이 납니다.
<나의 2026년 서울마라톤 구간기록>
| 지점 (Point) | 기록 (Time) | 구간 페이스 (Pace) | 상태 분석 |
|---|---|---|---|
| 5.0km | 00:28:26 | 05:41 | 안정적인 출발 |
| 10.0km | 00:55:53 | 05:29 | 최적 페이스 진입 |
| 15.0km | 01:23:11 | 05:27 | 엔진 출력 정상 |
| 20.0km | 01:50:52 | 05:32 | 서브 4 안정권 유지 |
| 21.1km (Half) | 01:57:04 | 05:38 | 반환점 통과 (Sub-4 페이스) |
| 25.0km | 02:18:22 | 05:27 | 페이스 업 |
| 30.0km | 02:46:52 | 05:42 | 근피로 누적 시작 |
| 35.0km | 03:16:41 | 05:57 | 임계점 도달 |
| 40.0km | 03:53:54 | 07:26 | 물리적 한계 (잠실대교 구간) |
| 42.195km | 04:12:09 | 08:17 | 최종 완주 |
다시 나의 레이스 기억을 돌아보면 하프 지점까지는 나름 가벼웠다. 5:30 페이스 유지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다. 하지만 27km를 넘어서며 조금씩 버겁다는 느낌이 시작되더니, 30km를 지날 무렵엔 구간을 쪼개 생각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멈춰 서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결국 36km 잠실대교 위에서 나는 걷기 시작했다.
평균페이스가 서브4 기준인 5분41초를 넘어서던 순간이 너무 선명히 기억난다. 뛰어야 하는데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정신력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부족했을 뿐…
달리기가 어찌보면 취미일 뿐인데, 실패가 쌓일수록 점점 딥해지는 것 같다. 실력이 그 깊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이제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조금 더 높은 질의 트레이닝을 시작해 보려 한다. 서울하프마라톤이 이제 한 달정도 남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