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늘 달리던 한강과 중랑천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대회. 굳이 6만 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참여할 가치가 있을까? 보통은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고구려마라톤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아마라톤을 준비하는 러너라면 반드시 참여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망설임과 결정
접수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 코스 자체가 특별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달릴 수 있는 강변길을 돈을 내고 뛰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제 버튼을 누른 이유는 단 하나, ‘시점’이었다.
동아마라톤을 딱 3주 앞둔 시점, 그리고 32km라는 LSD용 최고의 거리. 겨울 동안 내가 얼만큼 훈련할지 모르겠지만, 훈련을 충분히 했다면 자신감을 얻는 대회로, 그렇지 못하다면 나름의 훈련용 대회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대회가 주는 강제성의 힘
자전거 도로에서 열리는 소규모 대회일지라도, ‘대회’는 대회였다.
- 혼자서는 불가능한 거리: 3시간 이상 시간을 내어 혼자 30km 이상의 LSD를 수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회가 주는 환경적 강제성이 있었기에 32km라는 거리를 무사히 소화할 수 있었다.
- 포기하고 싶은 순간의 동기: 만약 혼자 훈련했다면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27km 지점에서 분명 멈췄을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자신과 타협했겠지만, 대회의 분위기와 주변 러너들 덕분에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완주할 수 있었다.
- 훈련 페이스의 질: 대회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실전 페이스로 몰아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실전과 같은 긴장감 속에서 달린 경험은 단순한 훈련 그 이상의 가치를 주었다.
동아마라톤을 향한 설렘
겨우내 추위와 나태함 때문에 마일리지를 충분히 쌓지 못했다. 동아마라톤은 겨울 내내 쌓아온 데이터가 결과를 증명하는 대회이기에 더 불안했다.
하지만 고구려마라톤 32km를 완주하며 다시 목표의식을 다잡았다. 몸의 상태를 점검했고,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얻었다. 겨우내 부족했던 훈련량을 이 대회를 통해 어느 정도 만회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결론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길을 돈 내고 뛰는 비효율적인 대회로 보일지 모르지만, 풀코스 완주를 꿈꾸는 이에게 이보다 확실한 이정표는 없다. 내년에도 동아마라톤을 준비하게 된다면, 고구려마라톤 만큼은 고민 없이 다시 참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