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브리타 정수기를 꺼냈다

브리타 정수기를 꽤 잘 써오다가, 일이 바빠지고 야근이 많아지면서 어느새 다시 생수를 사 마시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밤 늦게 퇴근하면,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진다. 브리타 정수기는 간편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부지런함을 요구한다.

끊겨버린 루틴

먼저 주기적으로 물통을 세척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게 참 귀찮다. 루틴이 이어질 때는 괜찮은데, 한 번 흐름이 끊기면 병에 물이 오래 고여 있게 된다. 그러면 마시기가 조금 찝찝해지고, 결국 생수를 찾게 되면서 브리타 물통은 방치된다.

필터 교체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갈아 끼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새 필터를 끼우고 물을 몇 번 흘려보내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게 은근히 장벽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먹고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공간을 잠식하는 생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브리타를 꺼냈다. 몸이 조금 더 고생스럽더라도, 미니멀한 공간을 되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수를 사 마시는 행위는 몸은 편할지 몰라도, 시각적으로는 피곤하다. 현관 앞에 쌓이는 택배 박스, 비닐을 뜯어 좁은 집에 채워 넣는 생수병들은 미니멀한 공간을 금세 갉아 먹는다. 플라스틱 쓰레기들도 문제다. 출근길에 버리고 있긴 하지만, 매번 버릴 때마다 작은 죄책감이 든다. 나 하나 목 축이자고, 이렇게 쓰레기를 계속 배출해도 되는걸까싶은..?

생수가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집안의 정리정돈이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편리함을 얻는 대신, 내 주거 환경의 쾌적함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시 시작 브리타

브리타는 그럴 일이 없다. 그냥 물을 내려서 냉장고에 넣어두거나 물통에 옮겨 담아두면 끝이다. 물이 없으면 바로 수돗물을 부어서 3분이면 완성되는 새 물을 마시면 된다. 물맛도 생수와 다르지 않다.

적고 보니 역시 브리타를 안 쓸 이유가 없다.
정말 이제 생수 안 사야지. 브리타 만세!